2012년 04월 29일
얼마 전에 만난 아이

지난 주말, 밤에 가게에 가는데 골목에서 웬 녀석이 어디론가 후다닥 뛰어갔다. 어딜 갔나 따라가보니 골목 앞에서 누가 놔준 사료를 먹다가 내 눈치를 살폈다.
며칠 째 캔을 가지고 다녔는데 아무도 못 만났던 터라 잘 됐다 싶었다. 누가 준 사료를 이미 먹고 있었지만 이 녀석이 캔을 먹으면 다른 녀석이 사료를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까 캔을 꺼냈다. 녀석은 가까이 다가가자 주춤주춤 물러났지만 도망가진 않았다. 캔을 따서 놔주고 다시 물러섰다. 내가 멀어지자 사료에 코를 박다가 뒤늦게 냄새를 맡고 캔에 고개를 박았다.
잠시 바라보다 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.
그리고 또 며칠 후 사료를 챙겨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하얀 색이 노란색과 갈색 점박이 있는 녀석을 만났다. 저번에 만난 녀석이 어두어 무늬를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 때 그 녀석 같진 않았다. 나는 사료 봉지를 꺼내 딸랑였고, 녀석은 좋다고 나한테 다가왔다. 얼마 전 반갑게 다가오는 어떤 놈을 쓰다듬으려다 서로 놀란 적이 있어 이번에는 만지려 들지 않으리라 하고 한 쪽에 사료를 부었다. 그런데 이 녀석, 이미 배가 부른 건지 사료에 관심을 안 둔다. 좀 서운했지만... ㅋ 나옹이들이 다니는 길이니 누구든 먹겠지 하고 집에 가려는데 이 녀석이 날 따라오는 게 아닌가.
뭐지? 뭘까? 녀석은 우리집 앞에 세워 둔 차 밑에서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. 나도 쪼그리고 앉아 같이 바라보았다. 참 예쁘장하게 생긴 녀석이었는데 사진기도 전화기도 안 들고 나갔던 터라 아쉬웠다.
나는 사료가 맛이 없나 하고, 큰 마음 먹고 맥주 안주로 사온 비엔나 소시지를 찢어 하나 꺼내 내밀었다. 그새 사라졌더라고. 둘러보니 저 만치 가기에 따라갔다.
"고양아."
부르니 또 온다. 소시지를 내미니 이번에도 냄새만 맡고 마는 거다. 그리고 저 밑 골목에 가더니 어딘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아닌가. 뭘까?
나는 쫓아가서 "어딜 보니?" 하며 나도 같이 그 골목을 바라보았다. 아무 것도 없는데? 녀석과 내 거리는 50cm가 채 되지 않는데 녀석은 내가 조금 더 가까이 갈 때마다 힐끔 날 쳐다만 볼 뿐 크게 경계하지는 않았다. 다만 등근육을 잔뜩 긴장한채 누굴 기다리는 듯 골목에 머리를 박고 쳐다보고 있을 따름이었다. 사료 같이 먹을 누굴 기다리나? 아니면 나는 못 보고 고양이만 보는 뭔가를 보나? 아무리 둘러봐도 내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철수했다.
오는 길에 소시지를 도로 주워 사료 부은 데 위에 놔주었다.
뭐였을까. 어딜 그렇게 보고 있었니?
# by | 2012/04/29 17:31 | 가릉이랑 연이랑 | 트랙백 | 덧글(2)













